앞산을 보아도 뒷산을 보아도 봄이 넘쳐나고 있다. 봄이 무르익어 그 힘을 주체하기 어렵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된다. 가는 봄을 잡고 싶은 마음이야 절실하지만, 어찌 그 것을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머물고 싶어도 밀어내며 다가오는 여름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 아닌가.

  봄에 흠뻑 취해 집에 도착하였다. 아쉬움이 앞섰다. 봄의 흥은 여운으로 남아 있었다. 곧장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은 바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서 주변을 서성거렸다. 봄은 야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화단에도 봄은 넘쳐나고 있었다.

  “야 ! 곱다.”

  봄꽃들 사이에서 우뚝한 얼굴이 있었다. 군계일학이었다. 단연 시선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어찌나 고운지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 나온다. 연록의 이파리와 분홍의 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꽃은 크지 않았다. 꽃봉오리는 더욱 더 작았다. 앙증맞은 모습으로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빼어날 수가 없었다.

  아파트 앞 정원에 심어진 모과나무였다. 몸체인 줄기는 듬성듬성 세월을 상징하는 흔적들이 역력하다. 중후한 멋을 가진 나무줄기에서 아기 손과 같은 작은 이파리를 틔어내는 것도 경이롭다. 옹알이하는 아기 얼굴을 닮은 이파리들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거기에다 이파리 사이에서 내민 꽃봉오리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그 속에는 우주를 안고 있었다. 담을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샘솟는 옹달샘처럼 모두의 젖줄이 되어주고 있었다. 꿈을 꿈으로 끝나게 하지 않고 그 것을 자라게 하고 있었다. 더 큰 꿈으로 성장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내일을 향해 나아가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희망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여 성취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과의 이파리와 꽃은 돋보이는 것은 고운 것보다는 겸손에 있었다. 물론 색깔의 은은함이 마음을 잡기도 하지만, 그 것보다는 꽃에서 풍겨나는 낮추는 자세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하여 꽃이 크지도 않다. 벚꽃이나 개나리처럼 온통 꽃으로 치장을 한 것도 아니다. 연록색의 이파리 사이에서 아주 작은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봄을 찾아 먼 곳으로 나들이를 하였지만, 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바로 아파트 앞에 있었던 것이다. 욕심이 자꾸만 방황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내 안을 들여다보게 된다. 집을 찾는다며 들판에서 헤맨 꼴이 아닌가.

  모과나무의 이파리와 꽃을 바라보면서 봄을 생각하고 나를 생각한다. 참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되물어본다. 절대로 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임을 생각하면서 꽃에 취한다. 봄의 기운을 몸 안으로 들이마시며 가는 봄을 아쉬워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되새겨보면서.<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