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쓰레기 가운데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일까. 대개 쓰레기는 태우거나 혹은 땅에 묻거나, 재활용하는 방법으로 분류해서 처리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도 처리하기가 어려운 쓰레기가 있다. 건설폐기물(폐콘크리트, 폐아스팔트, 잔토, 준설토, 폐목재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특히 건축자재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콘크리트는 그 효용성에 못지않게 폐기물이 되었을 때 처리하기가 가장 어려운 물건이 된다. 재활용도 어렵고 땅에 묻자니 토양을 해치는 오염원이 되고 그렇다고 태워 버리지도 못하는 가장 골치 아픈 쓰레기가 된다.
이런 쓰레기가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건설폐기물 일일 평균발생량은 1996년 2만8425t이던 것이 2002년에는 약 4배인 12만141t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오는 2020년에는 1억t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불과 13년 후의 상황이다.
이 같은 심각성 때문에 당국에서도 리모델링이나 가옥의 증개축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폐 콘크리트를 재생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순환(재생)골재를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폐콘크리트에 부착돼 있는 목재나 유리와 같은 이 물질 제거에 드는 비용, 사용자의 재생골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 시공사례가 드문 관계 등으로 실적이 저조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사용을 강제하거나 건축을 막을 수도 없어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건축폐기물 줄이는 친환경 주택공법 개발
그동안 건설관련 연구기관에서는 이 같은 건축폐기물의 양산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그 결과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정낙형)이 건설폐기물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자원 순환형 철골조 유닛모듈라 주택’을 개발해 냈다. 즉 철근 콘크리트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규격화해서 건축물을 해체해도 자재는 얼마든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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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장에서 생산한 주택 본체를 조립시공하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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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모듈라 주택’의 개념은 이렇다. 기존의 주택과는 달리 다수의 입방체로 구성되는 구조체내부에 각종 내장재(창호 등)와 기계설비(욕실, 주방 등) 및 전기배선 등을 미리 공장에서 시공해서 이를 현장으로 운반, 조립해서 주택을 짓는 식이다.
공장에서 주택이 생산되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과 같은 시스템을 갖출 경우 획기적인 생산성 제고와 함께 시공의 질을 높일 수 있고 3D현상으로 인한 기능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많다.
특히 시공현장에서 하는 공사가 많지 않아 지저분하고, 위험하고, 소음과 먼지가 많은 현장이 쾌적하고 안전한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3~5층 규모의 연립이나 다세대 다가구형 저층 고밀형 집합주택 건설에 적용하면 안성맞춤이라는 것.
이 기술을 적용하면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공사기간 단축과 더불어 현장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 기존의 습식공법인 철근콘크리트 주택의 현장 작업율이 100%인 것에 비해 유닛모듈라 주택의 경우는 약 20%로 시간과 비용을 그만 큼 절감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고기능의 고급주택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공법으로는 총 공사비 중 인건비 비율이 50%에 육박하지만, 유닛모듈라 공법은 인건비 20%, 부재 및 설비비 80%로 고기능·고부가가치 제품생산이 가능해 수익성 증대를 예상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설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서 건축설계, 구조설계, 도면작성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일 수도 있다. 아울러 보유한 각종 부품과 유닛 데이터베이스로 건축주의 주문에 따른 주문형 주택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닛모듈라 주택의 가장 큰 장점은 환경부하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축물 생산시 폐기물을 약 90% 이상 줄일 수 있고 골조의 재활용율도 약 90%이상 가능하다. 골조공사비도 북미식 스틸하우스 대비 약 14%이상이 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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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유닛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주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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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닛모듈라 주택공법 개발에 따라 이제는 건축부지만 준비하면 공장에서 생산된 자제를 현장에서 간단한 조립과정을 거쳐 환경친화적인 고급주택으로 세우는 시대가 되었다. 재활용이 가능한 주택을 얼마든지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냉난방 에너지 40% 절감…복합시스템 기술개발
건설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주택관련 기술 가운데 대체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돋보인다. 이 기술은 화석연료 사용 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해 줄 뿐만 아니라 대체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열-태양열원 복합이용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는 고유가시대를 대비한 기술로 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절약과 대체에너지 이용기술 개발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경제성이 낮고 사용상의 한계로 자연에너지 이용기술 보급이 부진한 실정이었다. 태양열 에너지의 경우 맑은 날에는 급탕기능이 우수하지만, 야간에는 냉난방 에너지원으로는 부적합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를 보완해서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한 급탕시스템과 지열에너지를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지열-태양열원 복합이용 시스템을 도입하면, 기후 및 부하조건(필요한 열 에너지량)에 따라 지열을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동시에 태양열 에너지의 급탕이 상호보완적으로 운전되면 효율적인 대체에너지 활용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냉난방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40%이상 절약할 수 있다.
고유가시대 도래에 따라 에너지절약이 당면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가절감이 시급한 공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에너지절약은 곧 가게부와 직결되는 중요한 경제적 요소로 대두되고 있다.
주택건설에서도 에너지 절약형기술개발은 중요한 요소로 대두돼 이 부문에 연구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건설기술연구원이 내놓은 또 하나의 에너지절감 기술개발 가운데 냉방에너지 비용을 최소한 50%이상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이중 창호 시스템은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난방효과도 있는 이 시스템은 한여름 초고층 건물의 밀폐된 유리창을 통해 햇볕이 들어와 실내온도가 상승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부가적으로 창의 개폐효과로 자연환기기능도 겸하고 있다.
이중창 사이의 공기가 에어커튼 역할을 하여 태양열로 인한 실내온도를 최소화 시키는 시스템이다. 대류현상 때문에 태양열로 더워진 공기는 실외로 나가고 상대적으로 찬 실외공기는 이중창 사이로 들어와 에어커튼은 상대적으로 일정한 온도를 유지, 태양열의 실내온도 영향을 최소화 시키는 원리이다.
특히 이 시스템은 겨울에는 더워진 공기를 이중창의 내부 창 상단을 통해 실내로 유입해 난방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 게다가 이중창의 창과 창 사이 거리가 짧기 때문에 기존 고층건물의 창에 대 체가 용이하고 자연환기와 통풍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짓기 쉽고, 비용이 대폭 절감되고, 에너지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재활용이 가능한 21세기형 친환경주택을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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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