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을 모두 마친 19일 밤 우리 측 한 분과장은 “헤드(머리)가 잡히지 않을 뿐 나머지 분과는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등 핵심 쟁점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그 외 분야에서는 쟁점을 풀면서 눈에 띄는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향후 협상부터는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핵심 쟁점에 역량을 집중시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측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이 날 “원래 협상에서는 민감한 이슈들이 막바지에 논의되고 해결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한 것처럼 한미FTA 협상은 '매우 중요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상품ㆍ금융 진전, 한의사 개방은 불가 입장
이번 6차 협상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대부분 공산품 분야에서 개방 폭을 크게 개선시키는데 합의한 점이다.
상품무역 분과에서 민감성이 높아 관세철폐 시한을 정하지 못한 품목 중 절반씩을 10년 내 관세 철폐 대상으로 옮겼으며, 3~10년내 관세를 철폐키로 했던 품목 중 상당수는 철폐 기간을 앞당기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6차 협상 개시 전에 우리나라가 갖고 있던 8400개 대상 품목 중 82개, 미국은 7094개 중 5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관세 철폐 기간이 정해졌다. 한미 양국 공산품 대부분이 늦어도 10년 내에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게 된 것이다.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는 미국 측이 당초 우체국 보험에 특혜를 주장해 왔으나, 조세 특례나 국가 지급 보증 등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고 일반 보험회사와 같은 취급을 받지 않는다는데 공감했다.
또 국책금융기관의 협정 적용 배제 원칙에도 공감했으나 단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상업적으로 경쟁하는 부분이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에 따라 향후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측은 농협 공제에 대해 민간 보험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고, 신용평가 서비스의 국경 간 거래를 허용할 것을 새로 요구해 왔다.
투자자-정부 제소 분야에서는 우리 측이 부동산 안정화 정책과 조세 정책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6차 협상 초기에 난색을 표하던 미국 측은 “검토할 용의가 있다”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의사 시장 개방의 경우 미국 측이 한의사 자격의 상호 인정을 요구했으나, 우리 측은 양국 한의사의 질적 수준과 학업 내용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상호 인정 분야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아울러 서비스 유보안이 명료화되는 과정에서 미국 측이 기간통신사업자의 지분 제한 완화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우리 측은 불가하다는 기존 입장을 지켰다.
환경 분야는 양국의 법률과 정책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환경 보호를 뒷받침한다는 원칙에 합의하면서 커틀러 대표가 “더 이상 남은 이슈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진전을 봤다.
◆핵심쟁점 일단 제자리, 미국산 쇠고기 변수
무역구제와 자동차, 의약품 등 핵심 쟁점은 이번 협상에서 분과 회의 대신 김종훈 대표와 커틀러 대표 간 고위급 협상에서 다뤄졌다.
6차 협상 이전에 두 대표가 만났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번 6차 협상에서 보냈다고 할 정도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양 대표 모두 7차 협상 이전까지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특히 커틀러 대표는 “상관과 논의할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이번 주에 그만큼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한 점에 미루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모색됐음을 알 수 있다.
이번 6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에 대한 가시적인 진전을 보지는 못했지만 향후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는 미국 측이 한미FTA 협상과는 별개라면서도 협정을 현실화하는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완전한 재개방을 강조했다. 양측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미FTA 협상에서 위생검역을 다루는데도 초미의 현안으로 등장한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데서 미국 측이 당혹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미국 정부 내에서도 FTA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쇠고기 문제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광우병으로 수입이 막혀 있던 미국산 쇠고기는 지난해 ‘뼈없는 살코기’에 한해 수입키로 했으나 수입 물량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
김 대표는 “양국 간 쇠고기 관련 합의문에 '뼈'는 있지만 여기에 조각이 포함되느냐에는 이견이 있다”며 “우리는 엄격하게 해석하지만 미국 측은 뼛조각까지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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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