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

  시속 100 km 이상으로 달리고 있는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에 있는 휴게소였다. 현대의 특징인 스피드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사람들은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다. 아니 그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만약 조금이라도 느리다면 참아내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게 되면 폭발하고 만다.

  스피드가 몸에 배여 버린 것이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나브로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다. 서두르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더디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서두르게 만드는 것이다. 여행이라고 하여 다른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줄이게 되면 뒤에서 달리고 있는 차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함양 휴게소에 걸려 있는 메주의 모습이 낯설다. 그 것도 현대의 대표적인 식품인 인스턴트식품이 팔리고 있는 곳에 걸려 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왠지 어색하지가 않다. 삭막하지가 않다. 번쩍거리는 비닐로 화사하게 포장을 하였어도 차가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찬바람을 느끼곤 하였었다.

  걸려 있는 메주는 그렇지가 않다. 온기를 전해진다. 주름살투성이인 할머니의 사랑이 되살아나는 듯 하다. 손자 손녀가 사랑스러워 참을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할머니의 환한 웃음이 떠오른다. 물만 부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에게서 느끼게 되는 무미건조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음이 따뜻해지니, 차창으로 들어오는 풍광들의 모습도 포근해진다. 산의 모습이 그렇게 정겨워 보일 수가 없다. 자꾸만 뒤로 밀려가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들이 그렇게 다정해보일 수가 없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였던가. 오온을 통해 지각되는 모든 것들도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마이산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봉오리가 경이롭다. 암 마이산과 수 마이산이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연출해내고 있었다. 모나지 않아 모든 것이 圓融되어지는  봉우리와 세상을 향해 발산하고 있는 기상으로 응축되어 있는 봉우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마이산의 어울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휴게소에 걸려 있는 메주가 겹쳐진다. 메주 또한 묘한 기운을 표출하고 있었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이 있다. 오늘의 모습은 오늘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의 이면에는 과거가 함축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한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혼자가 되면 뭔가 비어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 것인 과거를 놓아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대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의식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조화를 이룰 때 가능해질 수 있다. 빨간 열매가 눈앞에 섬광처럼 번쩍인다. 비어 있는 내 안을 전통으로 채울 때 당당해질 수 있다. 세상이 달라 보인다.<春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