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ASP 서비스를 새롭게 포장한 용어들이 부쩍 회자되고 있다. SaaS(Software as a Service)나 온 디맨드(On-Demand) 서비스, 소프트웨어 유틸리티 등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과거 ERP ASP가 한 차례 조명을 받다가 스러진 이후 아직까지 핵심 애플리케이션 아웃소싱 사업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세일즈포스닷컴을 비롯한 성공적인 서비스 업체들은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종말론”과 “온디맨드 서비스 시대의 개막론”을 유포하며 그들이 해외에서 거둔 성공을 한국 시장에서도 뿌리내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내한했던 세일즈포스닷컴의 스티브 러셀 아태지역 사장역시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그 대안으로 온 디맨드 서비스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티브 러셀 사장은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연간 17%의 성장률과 2만3천개의 고객사, 45만 명의 고객이 선택한 우리의 서비스는 지난 20여 년간 업계를 지배해온 오라클 등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업체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면서, “구글, 이베이, 아마존닷컴처럼 인터넷에서 출발한 새로운 기업(Net Native Company)들이 점차 중요한 시장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종말’이라는 자사의 마케팅 메시지에 대해 “이는 ‘위험과 비용 부담을 안고 소프트웨어를 소유할 것인갗와 ‘이미 만들어진 최상의 서비스를 곧바로 이용할 것인갗에 대한 사용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세일즈포스닷컴은 아태지역 기업들의 온디맨드 서비스에 대한 드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제공하리라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티브 사장은 이어 아태지역 내 4천 여 기업 중 30% 이상이 향후 5년 내 유틸리티나 온디맨드 모델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계획이 있음을 밝힌 가트너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세미나에서는 또한 시스템 IC 전문업체인 매그너칩과 3D 스캐닝 소프트웨어 업체인 INUS의 선도적인 도입 사례가 발표돼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박춘식 상무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국내 수십 개의 고객이 짧은 기간 안에 자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ASP의 가치나 세일즈포스닷컴과 같은 전문 서비스 업체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ASP 서비스가 과거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른 형태로 전개됨을 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정서는 여전히 핵심 애플리케이션의 아웃소싱에 적극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세일즈포스닷컴 역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이런 상황을 감안, 수요가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지사 설립을 늦추는 등 조심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고객의 니즈와 벤더의 수요 창출 의지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기업들도 그들의 IT 환경을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소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높아 생각 외로 다양한 ‘서비스’ 활용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
byun121212@dau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