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석면 오염 우려가 있는 120개 제약사 1122개 의약품을 대상으로 판매금지 처분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식약청에서 판매금지 처분을 내린 약품들에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제약사들의 대표약품들이 줄줄이 포함되어 있어 파장은 더 컸다. 이후 채 보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석면 파동을 넘어 식약청은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단행하기에 이르렀고, 이 문제는 식약행정의 무능과 기업윤리의 부재, 나아가 정부 기강의 해이로까지 퍼졌다. 거기다 다시 식약청은 9일 발표 1주일 여 만인 17일, 금지 약품들 중 20%에 달하는 215개 품목들에 대한 기존의 발표를 철회해 가뜩이나 가슴을 졸이고 있는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사건이 터지자 서둘러 국민적 비판을 방지하기 위해 벌인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책 없는 쥐잡기식의 뒷북치기 결과 정작 국민들은 석면 자체에 대한 확실한 정보는 알지도 못한 채, 이제 진짜 석면 파동의 최대 피해자가 되어가고 있다.

석면이란 무엇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석면은 마그네슘 함유량이 가장 많은 함수규산염(含水硅酸鹽) 광물로 건축자재, 방화재, 전기절연재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석면이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나온 이후, 석면가루가 폐로 흡입이 될 시 20년에서 길게는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질환이나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사용이 줄었다. 최근 석면 파동이 갑작스레 일파만파로 불거지게 된 것은 베이비 파우더에 석면이 검출되면서부터다. 통상 정상적인 탤크는 의약품, 화장품, 살충제, 충전제, 희석재, 보온재, 내화재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석면을 포함하지 않은 탤크를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과연 석면은 얼마나 유해한 것일까.
베이비 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은 원료 성분인 탤크에 자연적으로 석면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조공정에서 별도로 석면을 분리하지 않으면 제품에도 석면이 남아 있게 마련이다. 베이비 파우더 뿐만이 아니라 알약을 찍어낼 때도 재료가 기계에 들러붙지 않게 하거나 시럽 제품의 점성을 높이기 위해 탤크는 사용된다. 통상 알약 한 정당 0.1~0.5mg의 석면이 함유된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의 석면 관련 환경기준이 공기 1㏄당 0.01개 입자 이하, 물은 1㏄당 7000개 이하라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의약품을 통한 석면의 유해성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석면을 흡입하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과는 달리 미량의 석면을 먹었을 때의 독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석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섬유모양을 이룬 상태에서 공기 중에 흩날릴 때다. 그러나 이것 또한 무조건 유해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간은 평생 60,000개에서 1,000,000개의 석면섬유를 들이마시며 살아간다고 한다. 일반대기 1리터당 약 1개의 석면섬유가 들어있고 인간이 하루에 1,440리터의 공기를 호흡한다고 했을 때 나오는 수치다. 하지만 이들 석면섬유는 아주 작아서 인체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또한 석면먼지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노출의 정도와 기간에 따라 발병 확률이 다르다. 석면먼지를 쐬었다 해서 무조건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석면은 분명히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암물질로 지정되어 있다. 석면은 석면폐, 폐암, 악성중피종(암의 일종)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석면은 폐암을 유발하는 물질로는 수위를 다툴 정도로 위험이 높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7~80년대 급증하는 석면 수요에 비해 국내 석면광산과 석면제품 제조공장의 작업환경이 턱없이 열악했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당시 국내 최대의 석면방직업체 제일화학이었다. 한국 최초의 석면암(악성중피종) 환자가 나왔던 곳이 바로 여기다. 제일화학 뿐만이 아니라 90년대 후반부터 용접공, 의장공, 목공, 기계수리공 등 건설‧금속 분야와 지하철을 비롯한 교통 분야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자들이 석면폐암과 악성중피종 따위에 걸려 숨졌다. 이미 유럽연합은 1999년 7월 모든 회원국들에게 2005년 1월 이전까지 의도적으로 첨가한 석면 제품과 석면 섬유의 사용 및 무역을 금지토록 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40여 개 국가가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2006년부터 석면 사용을 금지했으며, 우리나라 또한 지난 1월부터 국내에서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석면 파동의 진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이번 석면 파동에서 베이비 파우더 및 화장품 종류가 문제시 됐던 것은 제품의 재료로 쓰이는 탤크에 석면이 함유되었다는 사실이다. 해당제품을 썼다고 무조건 폐암이 발병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식약청은 1,000개가 넘는 의약품에 대해 시중유통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점검 없이 석면이 함유된 탤크가 사용됐다는 서류상의 흔적만으로 허겁지겁 판매금지부터 시켰다. 지난 4월 13일에는 일부 의약품의 판매가 금지된 제약사 가운데 30여개사가 식약청을 상대로 공동 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제약사와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전에 나서고 있다. 정확한 정보의 부재와 무능한 행정이 빚은 그야말로 ‘파동’이 아닐 수 없다.
석면은 물리적‧화학적으로 쉽게 변형되지 않으며, 유연하면서도 잘 마모되지 않고 단열, 방음의 효과가 뛰어나 3,000여 가지가 넘는 용도로 쓰인다. 무엇보다 석면은 천연광물이기 때문에 광천수, 지하수에도 함유되어 있으며 대기 중에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 모두는 석면에 둘러싸여서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당연 석면이 발암물질이란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정작 위험한 것은 석면 자체가 일으키는 의학적 질병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석면 공포’의 확산이 몰고 올 대사회적인 질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