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5일, 대우일렉트로닉스(사장 이성) 구미공장 임직원들이 마지막으로 공장의 정문을 빠져나왔다. 폐쇄 결정이 내린 구미공장의 마지막은 오히려 조용했다. 하루 아침에 밖에 나 앉은 371명의 임직원들은 “회사 이미지가 나빠져선 안 된다”며 조용히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대우전자의 TV·음향 부문을 물려받아 지난 1990년대 중반 구미공단 수출 1위 기업으로 세계적 명성을 떨치던 대우일렉트로닉스 구미공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구미공장이 폐쇄된 이유는 간단했다. 대우일렉의 영상사업 세계시장 점유율이 1% 미만에 그친 데다, 국내시장 점유율마저 3% 안팎에 머물러 기업유지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구미공장 폐쇄의 여파는 벌써부터 왔다. 20여개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300여명의 근로자들도 뿔뿔이 헤어질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구미공장 노조는 본사나 채권단을 대상으로 한 투쟁도 검토해 봤지만,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경우 행여 직원들이 다른 곳에 취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까 그마저도 포기했다.
구미공장의 폐쇄와 더불어 대우일렉은 지난 4월 1일자로 전 직원 2500명의 절반인 무려 1250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불과 10년 전 1만 명이던 직원 숫자가 수차례의 감원으로 이제 1250명만이 남은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대우일렉 서비스는 아직까진 구조조정이 없다. 그러나 대우일렉의 매년 구조조정 지속으로 대우일렉 서비스 노조원들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98년 IMF 이후 대우일렉의 지속적인 매출감소로 인해 서비스 건도 감소했기는 마찬가지였다. 신영래 대우일렉 서비스 노조위원장은 “직원들에게 무엇보다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소한 등 떠밀려 나가게 하지는 않게 하겠다”
대우일렉 서비스 노조는 지난 1998년 대우전자와 삼성전자의 빅딜 과정에서 자생적으로 발생, 최초 민주노총을 시작으로 이후 한국노총으로 발전해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 2007년 11월 5대 신영래 노조위원장이 취임했다. 이후 지금까지 신영래 위원장에게는 보람된 점도, 힘든 점도 여러 가지로 많았다. 신위원장은 “시작할 때는 잘 몰랐는데 힘든 점이 있다”면서도 “노조원들이 어떻게든 나를 믿어주고, 또 거기에 따라 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보람”이라며 힘든 가운데서도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신위원장은 어떻게 하면 노조원들에게 편하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한다.
전국의 총 72개 대우일렉 서비스센터 가운데, 현재 조합원이 있는 곳은 60군데다. 지방출장이 잦은 그는 지방에 내려갈 때마다 인근 서비스센터를 모두 순방한다고 한다. 1년에 겨우 70일 정도만 집에 들어갈 정도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합원들 조문만 해도 한 달에 보통 대여섯 번. 대부분의 시간을 차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위원장은 “직장에서 편하게 일하는 여건을 만들어 주며 최대한 구조조정을 막아주겠다. 최소한 등 떠밀려 나가게 하지는 않게 하겠다”며 더욱 열심을 부릴 뿐이었다. 신위원장은 이를 위해 갈수록 줄어드는 업무를 어떻게든 늘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 보고, 회사와 협조해서 일거리 창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신위원장은 대우일렉 서비스의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까지도 기울이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책임감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조합이 있는 한 회사의 무리한 요구와 횡포는 막을 수 있다”
“올 봄도 채 지나지 않아 대우일렉에서는 40%의 구조조정이 감행됐다. 현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구조조정을 최소한도로 막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 미리 제안하여 선을 매듭짓겠다.” 신영래 위원장의 이 열정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나도 일을 할 수 있다.” 신위원장은 이렇듯 힘든 상황에서 우선은 자신의 정신무장부터 투철히 하고 있다.
신위원장에게, 향후 계획은 고용안정에 최우선을 기울이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무엇보다 가장 큰 과제이다. 이것은 생존이 달린 절박한 문제다. “노조원들은 노동조합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힘을 얻는다. 조합이 있는 한 회사의 무리한 요구와 횡포는 막을 수 있다.” 신위원장은 우선 노동조합에 전적으로 힘을 싣기로 했다. 그리고 최소한의 인원으로 대우일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인원감축은 무리라는 것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알기에 대우 이외의 회사제품도 서비스를 병행하겠다며 또 하나의 계획을 짜 내었다. 그야말로 생존방안이자 조합원들을 위한 최선의 대안일 것이다.
“생존권 보장 위해 우리는 똘똘 뭉친다”
이 모든 상황들을 신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인식시킴은 물론, 회사측에도 충분히 밝히고 있다. 그러함에도 회사측의 부당한 요구가 있을 시에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지금 신영래 위원장의 솔직한 입장이다. 현 대우일렉 서비스 노조의 응집력을 믿는 그는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되레 안심을 시키고 있다.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 노조의 응집력은 상상 외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응집력의 근원은 생존의 터전을 지탱하기 위한 가장으로써의 절박한 심정이 깊이 묻어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새롭게 파이팅으로 하루를 다잡는 그들에게 진정한 파이팅을 보내며 그들의 안정적인 생존권 확보를 기원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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