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제 36보병사단 비호부대 장병이 16일 강원도 진부면 지방도로에서 침수된 버스에서 고립된 승객 30여명을
구조하고 있다.
군 장병들이 집중폭우로 인해 고립됐던 버스 승객들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육군 제 36보병사단 예하 비호부대는 15일부터 내린 집중폭우로 도로가 침수된 강원도 진부면 465번 지방도로에서 갑자기 불어난 물로
고립된 버스승객 30여 명을 구했다.
부대가 구조요청을 접수받은 시간은 16일 오후 13:55분. 용평 리조트에서 횡계
방향으로 내려오는 도로에서 관광버스가 기습적인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침수되어 고립된 상황이 발생했다는 소방서측의 구조요청이 부대로
접수됐다. 상황을 접수받은 연대장은 즉각 5분 대기 소대와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14:40분 13명의 구조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유실된 도로끝 부분에 버스의 오른쪽 앞바퀴가 아슬아슬하게 걸려있어 강물로 밀려나기 직전의 급박한 상황이었다.
승객들은 놀란 나머지 우왕좌왕하며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거센 물살에
버스가 점점 밀리다가 급기야 도로 옆 강물 쪽으로 빠르게 밀려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30명의
승객들은 강물의 거센 물살을 바라보고 공포에 질려 구조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다행히 강물로
버스가 휘말리기 일보 직전 나무사이에 버스 앞부분이 걸려 최악의 상황을 넘겼지만 버스 앞 3분의 1이 강물쪽으로 기울여진 상태로
승객들은 버스 뒤쪽으로 최대한 밀착하여 버스의 균형을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36사단 구조팀은
준비해간 로프의 한쪽 끝을 버스에서 20m가량 떨어진 나무에 묶고, 다른 쪽 끝에 돌덩이를 매달아 버스 유리창을 통해 승객들에게
전달했다.
10여m 떨어진 좁은 버스 유리창으로 로프를 던지기를 수 십차례 드디어 로프를 건네받은 승객들은 로프를
팽팽하게 잡아당긴 뒤 버스 의자에 단단하게 고정시켰다.
당시 이미 물속에 잠겨버린 도로에는 강한 급류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섣부른 구조작업은 소중한 인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판단, 물살이 약한 쪽을 확인한 뒤, 승객들을 창문으로 나오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버스 밖으로 빠져나온 승객 김모씨(남)가 노약자와 여자들은 물살이 거세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고
하자 현장에 있던 이주호 병장과 강정훈 이병은 자신의 허리에 안전장치와 로프를 두르고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급류 속으로 들어가서
노약자와 여자 승객들을 구조했다.
창문으로 내려오는 승객을 차례차례 안전하게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기를 약 한 시간.
15:53분 마지막 승객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는 것으로 구조작업은 끝이 났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한
순간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인명 구조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13명의 장병들의 입가에 비로소 안도의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허리에 로프를 묶고 직접 급류속으로 뛰어들었던 강정훈 이병(21세, 36사단 기동대대 소속)은 “현장에서 먼저 나온
남자분이 여자들이 건너오기엔 물살이 너무 세다고 말을 했을 때 아무런 생각도 안나고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하지만 공포에 질려있는
승객들의 얼굴을 보니 빨리 구조해야 겠다는 생각에 몸이 먼저 반응을 한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의 긴박함을 설명해 주었다.
하루앞서 15일에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장병이 잇따라 희생돼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고(故) 신용훈 소령.
육군 3군단에서는 재해통제를 위해 부대로 복귀하던 3군단
특공연대 인사과장 신용훈 소령(40, 삼사 25기)이 산사태로 인해 사망했다. 또 3포병여단 예하 대대의 서 모 일병(21)이 정전된
부대의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던 중 산사태에 머리를 크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상태이다.
신 소령은 지난 15일 오전
10시경, 강원 인제군지역의 집중폭우로 인해 재해통제를 위한 전 간부 소집 명령을 받았다 소속 부대로 복귀하던 신 소령은 도로에
떨어진 낙석을 제거하다가 갑자기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토사에 휩쓸려 하천으로 떠밀려가 실종됐다. 이후 16일 오전 10시경 특공연대
장병들의 현장수색 작업 중 사고지점에서 20m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시 이 지역은 205mm의 집중호우로
도로가 유실되어 차량통행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부대 인사과장으로서 부대안전이 염려된 신소령은 연대장이 “위험하니 부대로 복귀하지 말고
돌아가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부대로 출근하려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했다.
수색작업을
지휘했던 3군단 특공연대 3대대장 임강수 중령(45, 삼사 21기) 는 “신소령은 평소 성실하고 강직하여 자신이 맡은 임무는 완벽하게
수행해 주위 동료들에게 귀감이 된 간부였다”며, “중대장을 3군단 특공연대에서 마치고, 지난 9월 다시 특공연대로 돌아 온 누구보다
군인정신이 투철했던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동료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고(故) 김 소령은 부인 이정미씨(38) 와
13세, 9세된 남매를 두고 있으며, 부인 이 씨는 “아침에 비가 내린다고 하자 부대안전을 걱정하며 서둘러 군복을 챙겨 입고 부대로
향했는데 그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부대지역 분교에는 6학년 반이 없어 큰아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제에서
생활했는데 이런 일은 당할 줄 몰랐다”며 울먹였다.
한편 3포병여단 서 일병은 낙뢰로 인해 정전된 부대의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던 동기생 이 모 일병(21)을 위해 함께 현장에서 작업을 돕던 중, 갑작스런 산사태에 휩쓸려 머리에 중상을 입고 후송되어 현재
춘천 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서 일병과 이 일병은 힘든 군 생활을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 생활하던 절친한
전입동기로 사고 당일 서 일병은 이 일병이 당직사관으로 부터“낙뢰로 인해 정전된 부대의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라”는 지시를 받고
통합막사 뒤편 발전실로 가던 중 서 일병이 당시 엄청난 폭우 속에 혼자 현장으로 가던 이 일병(21)이 걱정이
되어 전우애를 발휘, 조금이라도 작업을 빨리 끝내고 함께 복귀하려다가 이 같은 참변을 당해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육군은 내일까지 최고 200mm의 집중 폭우가 더 쏟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해당지역의 부대를 대상으로 인명
및 시설피해 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수립을 지시하는 등 재난대비 비상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strdd@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