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경제 위기와 함께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 이를 고려해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정부를 꾸렸다. 비상경제정부는 지난 8일 이미 한 차례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날, 이 대통령은 “현장의 체감이 반영되어야 하며, 살아있는 회의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매주 목요일마다 이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편 이 비상경제대책회의의 의장은 이 대통령이다.

 <■ 비상경제정부는 이 대통령이 의장인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두고 거시경제 및 일자리 창출, 실물·중소기업, 금융·구조조정, 사회안전망 등 4개 팀으로 구성된 비상경제상황실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 실무회의로 구성된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처럼 비상경제정부를 꾸린 것은 현재 우리 경제현실이 그 만큼 위기로 치닫고 있으며, 실제로도 지난 해 4.4분기 이후 현재까지 우리의 산업생산위축이 눈에 띌 정도로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러한 경제위기진행 속도에 걸맞게 보다 신속하게 대처하는 한편 이미 집행중인 위기대책 혹은 향후 새로 시행될 위기 극복정책에 대해 그 과정상의 문제 점 및 그 효과 또한 수시로 점검해, 드러나는 문제점들에 대해 보다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비상경제정부를 꾸리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주요 경제 4단체를 포함해, 기타 대기업, 중소기업 등 우리 모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서서 비상경제정부가 내어놓는 비상경제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도록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 경제위기의 본질이 금융(신용)경색에 있기 때문에 시중의 금융기관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요청된다.

 ＃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 되고, 그 여파로 한국의 금융시장 또한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는 그 동안 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이행되는 것을 막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자본부족에 시달리는 시중은행에 대해 부족한 자본을 확충해주기 위해 시중은행의 외화차입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서 주었고, 뒤이어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역시 약 20조원 가량의 펀드를 조성해 직접 은행채를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을 돕기로 했다. 그러나 앞서 말한 정부와 한은의 대책은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을 크게 늘려놓았을 뿐 아직 정부가 의도하는 정책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가 굳이 나서서 시중은행의 자본부족을 해소해주는 것은 사실 상 이미 중단된 상태나 다름없는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모든 기업에 다 적용되지만, 특히 약자로서 중소기업이 일시적 자금부족으로 흑자부도가 나는 것만은 막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중소기업대출 총액한도까지 이미 크게 늘린 상태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이 앞서 취한 일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은 여전히 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 비율) 맞추기에만 급급할 뿐 기업대출 특히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는 일반대출에는 전혀 나서질 않고 있다. 자연히 중소기업에게는 자금난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이 점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에 대해 BIS 비율을 높이라고만 말할 것이 아니라 그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그나마 여력이 있는 시중은행에 대해서는 기업대출을 강화하도록 지도해 나가야 한다.

 이 외에도 정부는 중산층 이하 서민 및 차상 위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지원 대책을 잇 따라 내어놓고 있고, 그리고 중소자영업자를 비롯해 무점포 영세상인을 위한 금융지원책 또한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지 의문이다.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정부가 현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실행중이거나 향후 실행할 각종 위기 대책이 성공하고 있다면, 가까운 장래에 우리는 그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정부정책이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고 않고 있다. 물론 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확산되어 효과를 나타내자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9년 1.4분기 첫 달인 현재 실물경제 위축의 정도 및 속도가 각종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곧 우리 경제의 성장률 크기를 결정하는 수출 및 내수의 크기가 그 만큼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출의 경우 우리의 주요 수출대상국들 모두 우리와 마찬가지로 신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어서 그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내수의 경우 정부가 향후 어떻게 관리해나가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이 사실은 향후 정부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추어져야 하는 가를 말해준다.

 지난 9일 한은이 비록 기준금리를 다시 0.5% 포인트 인하하는 등 시중의 자금경색을 풀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은은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발권력을 동원하는 소위 완화정책을 실행할 필요가 있다.

 지난 4.4분기 이후 내수시장의 위축 정도를 고려할 때, 이미 우리경제 역시 세계경제와 함께 디플레이션 국면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향후 한은이 공급하는 유동성 중 상당액은 향후 물가하락을 점치는 소비자의 기대심리로 인해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은행 금고에서 낮잠을 자게 될 것이다. 아울러 그 중 상당액은 가계 등 주요경제주체들이 안고 있는 각종 채무변제에 사용되어 이 역시 시중 유동성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금 당장 한은은 양적완화정책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를 통해 시중의 자금경색 현상, 즉 시중 자금시장의 동맥경화 현상을 푸는 것이 비상경제정부가 추구하는 경기활성화의 관건이다.

 특히 물가문제와 관련해 우리의 소비자 물가가 급격한 소비위축에도 불구하고 내리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는 상품시장의 가격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시장 못지 않게 상품시장 기능을 살리는 정책에도 주력해야 한다. 

2009.1.11 일평경제연구소 소장 정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