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사실을 유포했다(전기통신사업법 위반)’며 대한민국 검찰이 모 포털 사이트의 한 경제논객을 긴급 체포한 사건이야말로 우리 모두로 하여금 차마 부끄러워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한다.

  검찰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광장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금융경제 관련 글을 오랫동안 올린 그를 오늘 전격 검거한 모양이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그는 전문대졸로 30대 초반의 실업자"라고 한다. 검찰이 '전문대'와 '실업자'를 강조한 대목에서 우리 모두 실소를 금할 길 없다. 그의 학력과 현재의 직위가 이 번 글과 무슨 상관계가 있는가?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다신 한번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만일 검찰에 체포된 그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우리 모두는 그를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전문가도 아닌 그가 너무나도 정확하게 금융관련 용어들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그가 해당 글을 쓰기 위해 그 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를 말해준다.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도 금융관련 용어의 경우 자주 혼동을 일으킨다. 그래서 그 부문 관련 글은 가급적 쓰지 않는다.

   그 동안 그가 썼던 글들을 미루어 짐작하건데, 앞서 말했듯이, 그는 분명 스스로 치열한 학습을 통해 경제예측 관련 직관을 스스로 터득했으며, 그의 직관은 놀라우리만치 정확했다. 그가 '경제대통령'이란 애칭을 얻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그 동안 미네르바의 글을 전혀 보지 않았던 나는 오늘 아침까지도 그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저 모 방송사가 또 한명의 정부에 대한 저항세력을 키우는 것쯤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 아침 정작 그의 글제만을 접하고도 나는 나의 그 같은 생각에 잘 못이 있음을 이내 깨달았다.  사실 나는 오늘 아침 마땅한 글제조차 떠오르지 않아 미네르바를 떠올렸고, 인터넷을 검색해 그가 작성한 글모음을 앞서 말한 대로 제목만 힐끗힐끗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그가 작성해놓은 제목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는 분명 이미 금융경제의 달인에 올랐다는 판단을 나로 하여금 하게 했다. 

  이런 점과 함께 내가 정작 놀란 것은 그가 그 동안 작성한 글의 총량이다. 그가 그렇게 많은 양의 글을 쓰자면 하루 온종일을 관련서적을 탐독하는 한편 각종 금융관련 데이터를 검색하고 난 다음 그것에 기초해 글을 써야 했을 것이다. 이 사실은 그가 그 같은 글을 쓰는 데 얼마나 몰두했는지를 말해 준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나는 그에 대한 존경심으로 인해 나의 가슴 밑바닥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아침 “다음 아고라 광장의 미네르바를 말하다”라는 ‘논평(www.ikoreanews.com. 참조)’을 냈다. 이 글에서 나는 한국의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해 미네르바에게 깊은 존경심과 함께 감사를 표하라고 요구했다. 주무장관으로서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거나, 아예 몰라서 더 나은 경제정책을 입안하지 못했다면, 강 장관은 그의 글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통해서라도 더 나은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또한 실행에 옮겨야 했던 것이다. 이것은 장관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직분이기도 하다.

  하여튼 그의 글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비록 거친 표현이 문제이기는 했지만, 더군다나 소위 -정부의 긴급명령 1호-라는 제하에 쓰여진 내용의 글이  허위로 들어난 마당이지만, 그가 이 말을 창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관련 정보를 얻는 과정에 일부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유사한 형태의 정부보고서가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며, 이것을 옮기는 과정에 그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아무튼 오늘 저녁, 나는 대한민국 검찰이 경제논객 ‘미네르바’를 긴급 체포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마치 뒤통수를 한 방 얻어맞은 기분으로 이글을 쓴다. 물론 나는 오늘 검거된 그가 다음 아고라 광장에 글을 올리던 진짜 미네르바이든 아니든 내게는 별 상관이 없다.

   다만 그가 검거된 이후에도 다음 아고라 광장에는 제2의 새로운 미네르바가 꼭 등장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후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미네르바의 글을 다시 볼 수 있게 되길 기원한다. 경제 혹은 정부의 경제정책은 분명 미네르바 같은 이가 있을 때 비로소 국민을 참으로 위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2009.1.8 일평경제연구소 소장 정득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