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새 정부가 17대 국회 마감직전 임시회 소집을 요구하면서까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비준동의안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3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하자가 많은 협정'이라고 거듭 비판하고 나서 주목된다.

특히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의회 제출 계획을 아예 철회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이날짜 <CBS> 등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는 '현재 많은 의원들이 한미 FTA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자동차 관련조항을 비롯해 미국의 공산품과 농산물에 대한 시장접근이 불공정하게 이뤄지는등 한국측 입장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이같은 언급은 사실상 한미 FTA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 것으로 재협상이 없을 경우 비준동의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만약에 미 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승리를 거둘 경우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비준에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FTA 체결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고, 이같은 인식은 현재 통합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맞서 '미국의 비준 상황을 봐가면서 어깨동무 비준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쟁점이 될 여지가 많다.

말하자면 통합민주당의 대응 논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얘기고, 한미 양국정부가 추진중인 한미 FTA 비준안의 연내처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머리를 숙여가면서도 17대 국회가 가기전에 처리해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한 것과 대조되는 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주당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FTA 비준 동의가 처리되려면 미국의회의 동향을 지켜보고, 우리 국회에서 비준 동의할 전략적 시점을 지혜롭고 슬기롭게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이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도 한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인 가운데 주요 의회 지도자들 중에서 비준 영향력이 있는 분들이 한국과의 FTA에 대해 긍정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CBS>는 또 오바마가 부시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철회함으로써 갈등관계에 있는 의회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역정책의 초당적인 협력체계를 다시 구축할 것'을 아울러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는 올해 2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기 이전에도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서면발언을 통해 한미 FTA를 비판하며 자동차와 쌀,쇠고기 시장의 추가개방을 주장했었다.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의 FTA 반대 강경발언은 11월 본선을 겨냥한 노동자 표심잡기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FTA 연내 비준을 추진중인 부시 행정부와 이명박 정부에게는 그만큼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의원실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세계무역주간' 기념연설을 통해 한국과 콜롬비아,파나마와 체결한 FTA의 조속한 처리를 의회에 촉구하자 곧바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특히 오바마가 이날 자동차 분야에 대한 재협상 필요성을 거듭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자동차 재협상 문제가 한미 FTA 비준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양국 정부는 자동차 재협상은 없다는 점을 이미 여러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양국 정부의 이같은 입장천명이 오히려 한미 FTA에 대한 미국내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자동차 공장 대부분이 지역구에 위치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자동차 재협상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하게 됐다고 <CBS>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