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9표는 누구일까? 17대 국회 막판 새 정부를 상대로 '대거사'를 단행했던 야3당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고도 의결정족수에서 6표가 모자라 부결처리되자 체면을 크게 구겼다.

뿐만 아니라 이는 앞으로 18대 국회들어 '여대야소 정국이 기정사실화 된 속에 '단결해도 부족한 마당에' 야권의 분열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해 야당내선 장자격인 민주당의 지도력에 흠집이 가해지면서 내분에 휘말릴 공산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과연 반란을 일으킨 9명이 누구인가가 두고 두고 논란이 될 전망이다.

우선 23일 본회의 표결은 재적 251명의 과반인 146명보다 3명 많은 149명을 모으는데는 야권은 일단 성공하는 듯 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140명에 반대 5, 기권 무효 각 2명 등 9명이 사실상의 '반란'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 정가, 특히 야권에서는 서로가 신경전 속에 일단 민주당과 선진당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현재 의석은 통합민주당 136석, 한나라당 111석, 자유선진당 9석, 민주노동당 6석, 친박연대 3석, 창조한국당 1석, 무소속 25석. 정 장관 해임건의안은 민주당 선진당 민노당이 공동으로 제출했기 때문에 3당이 최대로 동원할 수 있는 의석은 151석에다 무소속 중 동조자를 얼마나 규합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날 투표에는 민주당이 128명, 선진당 8명, 민노당 6명, 창조한국당 1명, 무소속 6명 등 149명이 참석했으며 한나라당 의원 111명은 모두 불참했다. 민주당 불참자는 김낙순 신기남 조일현 염동연 홍창선 신국환 정동채 조성태 의원 등 8명이다. 신기남 염동연 정동채 의원은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반대 5표 대부분이 당초 공조를 약속했던 선진당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오늘 투표에 선진당 심대평 대표가 불참했다"면서 "심 대표 측 의원들이 반란표를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선진당 관계자는 "심 대표가 창조한국당과의 교섭단체 합의 과정에서 이회창 총재에게 철저히 배제당해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이날 표결에 참여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도착했으나 임채정 의장이 투표종료를 선언한 상태로 결국 한표를 행사하지 못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의원들이 우리 당 의원들에게 집요하게 전화를 걸어 불참을 권유했다"면서 이탈표에 여권의 설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게다가 민주당 김명자 김성곤 김송자 정의용 조성태 의원 등은 무소속 유재건 의원 등과 함께 성명을 내고 지난 22일 17대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이들 중에서 이탈표를 던진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는 쪽도 있다.

민주당 총선 공천 연관설도 힘을 얻는다. 이날 투표용지 중 1개는 뒷면에 표기했고, 1개는 동그라미로 표기해 무효표로 처리됐는데, "4·9총선에서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이 아직 당에 불편한 감정이 남아 있는 듯하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말도 그래서 나오고 있는 듯하다.

이용희 의원과 이상민 의원 등은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해 탈당후 선진당 당적으로 출마해 당선된 케이스다.

표결에는 참석했지만 당론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소속 의원 6명이 부결에 일조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총선 후 '쇠고기 재협상' 목소리를 함께 내며 새 정부를 향해 공조의 틀을 유지하는 듯 했던 야권이 균열 양상을 보이며 향후 대정부 '투쟁'에 동력을 떨어뜨린 것이 아니냐는 자탄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