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 측이 출마선언 후 처음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나라당 반응은 냉담한 상태. 아직까지는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따른 충격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출마선언 사흘째를 맞고 있는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는 9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거의 같아질 경우에는 이 전 총재가 늦게 (대선출마)참여를 한 것인 만큼 몰아서 이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해 단일화 의사가 충분히 있음을 밝혔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의 결단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우파 분열로 정권교체를 못하게 되는 경우 자신의 살신성인의 결단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이 전 총재의 현재 결심”이라고 말했다.

즉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이 후보를 앞서지 않을 경우, 이 후보로의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에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자신의 승리 여부를 떠나 자신이 갖고 있는 풍부한 국정경험을 통해 이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근본적인 출마 이유”라고 덧붙였다.

 출마 선언 직후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내에서 강경한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이 전 총재 측은 자신들이 나서 한나라당 의원을 영입할 생각은 없다며 일단 전면전은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특보는 “한나라당을 창당하다시피 한 이 전 총재가 당을 흔드는 의원 영입 문제는 많이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영입작업도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국민만 보고 가긴 하겠지만 중간에 그 뜻에 동참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온다면 당연히 막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일화’ 여부에 대해 이 전 총재 측이 상당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반면 당을 ‘전시체제’로 전환한 한나라당은 아직까지는 단일화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 전 총재 측의 단일화 가능성도 향후 대선 종국에 이르러 지지율 추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자 그 때까지는 표가 나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그러한 논의가 반가울 리 없는 셈. 강재섭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그런 문제는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드러낸 뒤 “우리가 할 일만 정도로 해 나가다 보면 단일화가 되든지, 촛불 꺼지듯 슬슬 사라지든지 저절로 해결될 문제”라고 직설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아울러 강 대표는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와의 연대설에 대해 “박 전 대표가 고속도로를 역주행 한다거나 갓길로 가는 그런 정치인이 아니다”라는 말로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 전 총재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