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북관대첩비                          

고향에 돌아오는데 100년이나 걸린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
그동안 정부는 뭘 하고 있었나.

 대륙의 끝자락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조선. 이러한 지리적 조건과 남의 땅을 침략하지 않는 민족의 성품 탓에 우리나라는 수 없이 많은 외적의 침략과 강탈을 격어야만 했다. 그 중 대륙으로의 진출을 꿈꾸는 섬나라 일본의 침략은 끊일 줄 몰랐다. 선조 25년(1592) 가토군이 22,000여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동북의 함흥으로 진격하여 함관령 이북 1,000리 땅을 점령하였다. 거의 모든 수령방백이 성을 버리고 도망하였으니 전쟁을 하려해도 군사가 없었다. 이에 정문부(鄭文孚)장군은 의병을 모아 내부 반도평정과 동시에 피난을 나와 있던 왕자 임해군(臨海君)과 순화군(順和君) 등을 왜군에게 넘겨주었던 역도 국세필과 정말수, 국경인 등을 포박 참수하고 명천일대를 수복하여, 백성들이 의병에 크게 호응하여 나중에는 그 수가 6,000명이 넘었다. 정장군은 경성전투, 길주 장평전투, 백답교 전투 등 총 8차례의 전투 속에 왜군을 물리쳐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인조 반정 공신등이 누명을 씌워 모진 고문 끝에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정장군이 억울하게 화를 입은지 41년만에 영의정 정태화(鄭太和)의 상소에 의해 누명이 밝혀지면서 숙종 40년에 중의공이라는 시호를 받고 성균관사 홍문관 대제학 5위도 총관부 도총관이라는 최고의 벼승(종1품)을 추증하였다.
 임진왜란이 끝난지 111년 후(1709년) 숙종은 의병장 정문부 등이 관북지방에서 일본군을 8차례나 격퇴시킨 공을 기려 함경북고 길주에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를 세웠다. 높이 187cm, 너비 66cm, 1500자의 글을 담고 있는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는 임진왜란 때 3대 의병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인 함경도 경성과 길주에서 의병들의 활약상을 세세히 전하고 있다. 그러나 1905년 러 ? 일 전쟁당시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 제 2사단 17여단장 이께다 소장이 임명역에서 발견, 자신들의 패전 기록인 이 비석을 수치로 여겨 미요시 중장이 귀국 시에 일본으로 가져가 황실에서 보관하다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 숲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한반도 민족사에 있어서 민족저항정신을 일으킨 대표적인 상징물인 동시에 한반도 민족의 외세 극복 정신을 보여 준 역사적인 소중한 비석인 북관대첩비는 한국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 1969년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에 의해 비석의 존재가 알려졌다. 이에 한국정부와 관련 단체가 반환운동을 펼쳤으나 일본정부에서는 ‘야스쿠니 신사의 보유물로서  정교분리의 원칙에 따라 정부가 관여하기 곤란하다’는 입장과 야스쿠니측 은‘원소재지가 북한이라는 점. 등을 들어 한국으로의 반환이 용의하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어 한국으로의 반환이 성사되지 못한 채 30여년의 세월이 또 흘렀다.
 야스구니 신사안에서의 북관대첩비는 마치 호국영령의 기상을 제압하려는 듯 큰 돌을 갓처럼 씌워 탑신을 짓누르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야스구니 신사측은 2000년도에 본전옆 사람들에 발길이 닿지 않는 어두침침한 숲 속으로 옮기고,  손이 닿지 않는 높은 철책으로 둘러 쳤다. 우리의 호국영령의 원혼이 담긴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100년의 세월 속에 서서히 풍화로 비석에 크랩이 가고 침식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조상의 얼과혼이 담긴 북관대첩비(北關大捷碑)가 일본 군국주의 상징 한복판에 버려져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한국으로의 반환은 온 국민이 바라는 염원이며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비문에 이름이 있는 의병의 후손들이 일본 정부에 청원서를 내고 일본에서도 반환운동이 일어났다. 선봉에 선 사람은 가키누마 센신스님.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의 귀무덤과 코무덤을 비롯해 안중근 의사의 유품 봉안을 위해 노력해온 그는 1990년부터 북관대첩비 반환운동에 참여해왔다. 가키누마 센신 스님은“일본군이 한국에서 약탈해왔으니까요. 바꿔 말하면 북한에 있던 것을 가지고 온 겁니다. 그 때 상황은 저도 모릅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니까요. 하지만 일본에 둬서는 안 되는 겁니다. 애국정신을 칭송한 것이니까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고 말했으며, 서일대학교 윤종일 교수는 “북관대첩비 반환의 의의는 국가에 의해 자행되었던 강제된 약탈 문화재 이러한 것의 공식적인 반환의 첫 사례를 우리가 볼 수가 있고 또 한 가지는 약탈당한 문화재에 대한 남북 공동의 대응이라고 하는 이러한 선례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문화재를 통한 남북의 하나의 협상이라고 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요코 하야시는“100년 동안 일본에 있으면서 아무도 몰랐다는 것, 그것은 문화재의 존재로 볼 때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국에 돌아감으로서 문화재의 중요성이 확실하게 인식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하며 반환운동에 뜻을 더했다.

 또한, 지난 2000년 일본의 가키누마센신(일한불교복지협회 회장)과 우연한 기회에 인연을 맺은 초산 스님(한일불교복지협회 회장, 76)은 이 비석의 대한민국으로의 환국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러한 두 노승의 의기투합은 남·북간의 잃어버린 역사성의 회복과 한반도를 평화지역으로 정착시키는데 있으며 더 나아가와 동북아의 평화를 이루는데 그 뜻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불미스러운 한·일간의 과거청산의 시발점으로 21세기 한·일 우호증진과 협력을 도모하는데 있다.

 그리고 드디어 100년만인 2005년 10월 20일에 한국에 반환되었다. 이번 귀환은 우리만의 축제가 아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남과 북 사이에 새로운 역사를 열어갈 초석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지난 10월 개관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서 10월 21일 북관대첩비의 귀환을 고국산천에 알리는 '고유제'가 열렸다. 문화재청과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추진단이 함께 주관한 고유제는 촛불을 밝히는 '등촉'의식을 시작으로 잔을 올리는 '초헌' '아헌' '종헌' 의식, 마지막 의식인 '필례'의 순으로 한시간 동안 진행됐다. 고유제를 끝낸 북관대첩비는 보존처리에 들어가 용산 박물관이 개관하는 10월 28일부터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었다. 북관대첩비는 보존처리와 덮개돌, 받침대를 보충한 뒤 북한 당국과 협상을 거쳐 2006년 비석이 원래 있던 함경북도 길주로 반환될 예정이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북관대첩비. 이를 통해 자주국방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무력을 쓰지 않고도 호의적인 문화혁명을 통해 남·북의 자주적 통일실현의 가능성을 온 세계에 과시해야 하고 민족정기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汎 국민적 운동으로 전개하여 단일민족의 의지를 전 세계에 천명해야 한다. 북관대첩비 반환이 가져온 것은 역사적 비문이라는 형태일 뿐만 아니라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