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연분홍 진달래네.”

  집사람의 탄성에 바라보니, 진달래꽃이 피어나 있었다. 아직은 일은 봄이어서인지(07년 3월 25일) 활짝 피어난 꽃은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꽃을 피워내려고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봄바람에 흔들거리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마음을 꽉 잡고는 놓아주질 않는다. 봄의 정겨움을 손으로 만질 수 있어, 좋았다.

  비구니 스님들이 수도하는 곳이다. 위봉사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하고 있는 절은 봄의 기운을 받아 화사하였다. 봄 햇살이 몸도 마음도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산사의 봄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흥을 주체하기 어려워 나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의 몸차림이며 표정이 그렇게 밝을 수가 없다.

  진달래꽃의 정기를 받으면서 작은 바람을 가지게 된다.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어디 한 두 개이겠는가. 욕심을 내기로 하면 끝이 없다. 그러나 살다보니, 그런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욕심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사실을 체험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행복을 담을 수 있다.

  욕심을 버려야 하는 줄은 알지만, 버리기란 말처럼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 불길이 어찌나 활활 타오르는지, 감당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조금씩 줄어내려고 애를 쓴다. 그 것마저도 결코 쉽지가 않다. 가로막는 장애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움을 비롯하여 미움과 원망 그리고 보고 싶은 마음과 듣고 싶은 목소리 등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어서 고통스럽고,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서 지옥이다. 미워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일어나는 불길을 자제할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이런 것들이 순서를 지켜가면서 일어난다면 대책을 강구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다발적이니 더 큰 문제다. 한꺼번에 일어나니,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행복 주머니.

  이럴 때 이 모든 것들을 잠시 보관할 수 있는 주머니를 하나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워하는 마음도, 원망하는 마음도 담아 놓는다면,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도, 그리움도 잠시 넣어놓는다면, 여유를 가질 수 있을 터이다.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것들을 하나씩 꺼내면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미워하는 마음을 잠시 미뤄놓게 되니, 행복해질 수 있다. 원망하는 마음도 조금은 누그러지게 할 수 있으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움을 조금씩 꺼내 놓으면 시나브로 감미로움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보고 싶은 마음을 나누어 간직하게 되면, 반추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것들이 모이면 그 것이 바로 행복이 아닌가.

  산사에 피어난 진달래꽃을 바라보면서 행복 주머니를 하나 가졌으면 하난 마음을 가져본다. 은은한 꽃의 향이 온 몸을 휘감아 내리면 감미로움에 젖듯이, 마음에 이는 여러 감정을 담아 둘 수 있는 주머니를 갖게 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음미하며 되새기게 되면, 행복은 저절로 샘솟을 것이 분명하다. 아 ! 아름다운 봄이다.<春城>